화순 양지골복숭아

새화순신문 | 기사입력 2015/04/17 [17:05]

화순 양지골복숭아

새화순신문 | 입력 : 2015/04/17 [17:05]

 화순군 북면 양지골에서는 한우와 토종닭을 키우면서 거기에서 나오는 퇴비로 유기농 복숭아를 생산, 성공해 소비자들로부터 친환경인증을 받음으로써 일반 재배 농가보다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가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양지골 복숭아농원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그 풀밭을 닭이 헤집고 다니며 풀을 뜯어먹는다. 지렁이와 땅강아지도 잡아먹는다.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누렁이도 보인다. 저만치서 소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밭 주인은 과수원에서 복숭아나무의 가지를 솎아주고 있다. 더 많은 영양분을 열매로 보내려는 작업이다.



#“땅을 살려야 사람 살 수 있다”

양지골복숭아 김규열-최연순씨 부부는 “죽어가는 땅을 살려야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신념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온 세월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친환경농업에서 한국 농업의 새로운 희망을 찾아 이제 세계 각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산물과 당당히 겨룰 수 있게 됐다”고 뿌듯해했다.

김 대표 부부는 2009년 고향인 화순 백아산 자락으로 돌아온 귀농인이다. 1974년 돈벌이를 찾아 고향을 떠난 지 35년만이었다. 김 대표는 서을 인근 경기도 북부에서 살면서 전자회사에 다녔다. 봉제공장을 차려 20년 동안 운영도 했다. 파주에 살 때는 금형공장을 하면서 부업으로 한우를 길렀다. 복숭아 재배도 해봤다. 한편으로는 농축산 교육을 받으며 귀농을 차근차근 준비했다.

그 후 김 대표는 백아산 자락에 5만㎡의 터를 마련하고 귀농 봇짐을 풀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 품종갱신사업으로 새로운 복숭아나무를 심으면서 무농약 친환경 복숭아 재배에 도전하게 됐다. 나무를 비스듬히 심어 햇볕을 오래, 고루 받도록 했다. 품종도 조생종과 중생종, 만생종을 적당히 섞어 600주를 심었다. 수확기간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천연재료인 자리공, 석산, 할미꽃, 초오, 먹구슬 등을 95% 주정에 우려내서 충 기피, 방제용 농약으로 쓰고 있다. 양지골복숭아농원은 친환경 10여종의 기술과 함께 천연 자재를 활용하여 친환경 무농약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맨 처음 관행농업으로 시작해서 땅심을 키우기 위해 초생재배와 천연자재를 만들어 저농약 농업을 실현하고 유기농, 토양관리 등을 통해서 친환경농법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천연자재는 주위에서 자라고 있는 각종 약재와 식물로 만들어 농약 대용으로 활용하고 한방영양제를 만들어 비료 대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농법은 너무 지나친 화학비료나 유기질퇴비 때문에 오염이 많이 되어 있어, 사람의 몸이 어혈(사혈)로 인해 기혈 순환이 잘 이루어지지 않듯이, 땅속에도 비료독이 쌓여서 건강하지 못하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농업방식은 지나치게 많은 양의 퇴비를 주어서 땅으로부터 많은 수확을 함으로써 땅의 기운을 착취해왔다는 것이다. 천연자재는 적게는 며칠에서 몇 개월까지 숙성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채취하고 구입해서 항상 준비하느라 쉴 틈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아내는 “잡초를 뽑고 손으로 벌레를 일일이 골라내야 하는 등 몸이 힘들지만 유기농을 하면서 흙의 소중함을 배우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닭들이 잡초를 제거하고 벌레도 잡아주면서 일손이 많이 줄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 대표 부부는 귀농 이듬해부터 한우를 키우기 시작했다. 우분을 직접 생산해 복숭아밭에 뿌려주기 위해서였다. 과수에 우분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건 익히 알고 있던 터였다. 한우는 지금 새끼와 어미 합해 80두를 기르고 있다. 덕분에 화학비료 한 줌 쓰지 않고 복숭아를 재배한다.

복숭아밭의 잡초 방제를 위해 닭도 들였다. 토종닭 120마리를 풀어놓았다. 이 닭이 과수원을 누비며 풀을 뜯어 먹는다. 지렁이, 땅강아지는 물론 과수에 해를 끼치는 곤충과 애벌레를 모조리 잡아먹는다. 솎아낸 과일을 쪼아 먹으며 포식을 한다. 습성대로 땅을 파헤치며 밭을 일구는 것도 닭의 몫이다. 자연스럽게 땅이 푸석푸석해지며 숨쉴 공간이 만들어졌다.



#9월 말까지 수확해 소비자와 직거래

김 대표는 이렇게 소와 닭, 개의 도움을 받아 농사를 지으며 7월부터 수확을 시작해 9월 말까지 딸 예정이다.

“백아산의 기온이 많이 낮아요 평지보다. 그래서 복숭아 수확도 늦어요. 대신 당도는 훨씬 높아요. 평지의 것보다 3∼4브릭스는 더 높죠. 햇볕을 고루 받고 일교차도 큰 덕분이에요. 나무도 이제 청년기에 접어들었고요.” 김 대표의 자랑이다. 그는 이 복숭아를 도시 소비자와 직거래하고 있다. 그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문을 받아서 보내준다. 맛을 본 지인들의 소개로 고객도 해마다 늘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들도 거들고 있다. 금명간 수도권에 직판장도 개설할 예정이다.

김 대표 부부는 “자연생태환경 보전과 안전 먹거리 생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명을 살리는 친환경농업을 선택해 실천해왔다”며 “앞으로도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농산물 생산에 최선을 다하고 유기농 재배기술 보급에도 앞장서나가겠다”고 밝혔다. 그의 말에서 귀농인의 삶과 보람이 묻어난다. *양지골복숭아 ☎010-9012-5803, 010-9154-2464. /김영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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