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자문화 현장 학습을 다녀와서

새화순신문 | 기사입력 2024/11/30 [01:59]

한국의 정자문화 현장 학습을 다녀와서

새화순신문 | 입력 : 2024/11/30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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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유학대학 2학년(28)에서는 한국의 정자문화 현장 답사로 화순의 환산정과 언동사, 물염정, 김삿갓 종명지 및 공원, 연둔리 숲정이 등을 둘러보고 왔다.

 

여기에서는 환산정과 언동사에서 문화류씨 검한성공파 화순 종중 류정훈 사무국장이 직접 설명하고 환산정에서 차 한 잔을 하면서 느낀 소감을 쓰고자 한다.

 

온산이 단풍으로 물들고 하늘은 청명하고 스치는 바람 소리도 가벼운 가을이 깊어가는 11월 중순이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고 절속하며 고고한 선비의 삶을 살아간 백천 류함의 정자가 있는 환산정에 학생들과 함께 배우는 자세로 돌아갔다. 이곳에서 멀리 않은 산 너머 화순읍 일심리에서 어릴 적에 어머니 손잡고 화전놀이 왔던 그 첫 기억은 정말로 신비스러운 곳이었다.

 

환산정은 무등산 줄기를 타고 내려와 백마능선 안양산과 대동산을 옆으로 수만리 계곡을 따라 내려온다. 지척에 전설이 있는 각시박굴과 단군신전이 있는 곳을 지나면 천하의 절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환산정에서 보면 동쪽에는 깃대봉과 콩재, 서쪽에는 왕이봉과 광덕산, 남쪽에는 서암적벽, 북쪽에는 하누재와 안산이 자리하고 있다.

 

사방에는 산이 빙 둘러싸여 있는 산속 섬으로 호수의 물 위에 떠 있는 연꽃과 같다.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의 광취명당(廣聚明堂)이 바로 이곳이구나를 느꼈다. 뜰에는 500년 이상 된 노송 용송은 이곳 주인 류함 선생의 충과 효의 고고한 선비정신이 베어 있는 듯 숙연하게 느껴졌다. 종중 후손이 직접 설명을 하니까 백천 선생이 환생이라도 한 듯 정말 그 숭고한 그 뜻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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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산정은 1637년 백천(百泉) 류함(柳涵, 15761661) 선생이 창건한 정자이다. 최초에는 방 1칸의 소박한 죽정(竹亭)이었는데 1896년 중건하고 20102차 중수하였다.

 

백천 선생은 이괄 변란(李适變亂, 1624)에 족손(族孫) 백석(白石) 류집(柳楫)과 함께 의병을 모집하여 양호(兩湖)로써 근왕(勤王)의 계획을 세웠다. 정묘호란에는 조카 류응량과 함께 전라도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병자호란에는 나라가 위태롭다는 소식에 화순에서 거의하였다. 맹주로서 524명의 의병을 이끌고 청주까지 올라갔다가 화친 소식을 듣자 통곡하고 돌아와서 환산정을 짓고 절속하였다.

 

백천 류함 선생은 정자를 세우고 운()을 부쳤다. 庭有孤松階有菊 學來栗里晉先生 乾坤磊落違初計 山水幽閒托晩情 葉上春秋忘甲子 心中日月保皇明 歲寒後操其誰識 時與山翁和不平마당엔 외로운 소나무 섬돌엔 국화 진나라 율리 사는 도연명에게 배웠네. 세상이 시끄러워 처음 계획 어긋나니 산수 그윽한 곳에 만년의 정 의탁했네. 봄가을의 나뭇잎에도 나이를 잊었지만 마음속엔 일월로 황명을 보존했네. 날 추워야 늦게 시듦 그 누가 안다 했나. 산 늙은이 세월 따라 불평도 사그라지는걸이라며 원운의 시 한 수를 읊어 마음을 달래며 은둔생활을 하였다. 산자수명을 자랑하는 환산정은 오롯이 백천 선생이 후학 양생을 하면서 우국 지환을 삭이던 곳이다. 이곳에서 소요하며 때때로 시문을 짓고 읊었던 곳이라 생각하니 유학을 배우는 학생으로서는 의미 있는 현장 학습이었던 것 같다.

 

환산정은 처음에는 죽정 1칸으로 류함 할아버지가 살아 계신다면 지금의 정자는 너무 화려하다고 하실 거라고 설명했다. 소박하고 검소한 선비의 정신이 깃들어 전해지고 있는 듯했다. 환산정의 편액은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선생의 갈필(葛筆)작품이다. 가을날에 시라도 읊으면 어지러운 세상이지만 언젠가는 올바른 세상이 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현시대 상황의 시끄러운 말발굽 소리도 들리지 않고 절속한 선생의 그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공은 90세가 넘은 부모를 극진히 모셔 백천 효자로도 이름이 높았다. 언동사에 배향되어 있어 우리 일행은 참배하기 위해 언동사로 향했다.

 

학생을 대표하여 기재인 총학생회장이 유복을 입고 분향을 드렸다. 언동사에 모셔진 4분은 류선은 충이요, 류덕용은 효요, 류홍은 절이요, 류함은 의를 실천해서 후학의 귀감이 되고 있다. 세월이 흘러 세상은 다르지만 모두 숙연한 마음으로 머리 숙여 참배를 하였다.

 

극진히 모셨다는 후손 류정훈 사무국장이 사당에서 직접 봤는데 신비스럽게 촛불에서 꽃이 핀다......’ 이야기를 듣고 정말 그럴까 반신반의 하였다. 현실에서 찍었다는 사진을 보니 신령이라도 있는 듯 이렇게 정성스럽게 모시면 복을 내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학생들은 향사 때나 문중에서 제향 때 촛불을 유심히 봐보겠다고 수군거리며 앞으로 잘해야겠다고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가다듬었다.

 

이제 광주 유교대학 28기 학생들은 졸업을 앞두고 있다. 2년 동안 유교 경전을 읽고 배우며 현장 학습을 통해 국내 선비들의 정신이 살아 있는 정자나 서원 등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올 여름에는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동성 곡부에 가서 공묘, 공부, 공림에도 가보았다.

 

이곳 환산정은 앞으로 많은 사람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순군에서 환산정과 연계한 충효를 상징하는 조형물 건립과 주변 정비 등으로 공원화 계획이 있다. 202410월에는 화순군에서 화순 팔경을 접수하는데 많은 분들의 뜻을 모아 신청서를 제출했다. 화순의 비경을 알리고 선비정신이 깃든 환산정이 꼭 선정되어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고 충, , , 절의 정신이 후세에까지 빛나기를 기원해 본다.

 

                                                  화순 향교  박상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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